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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 51: 나이 든 부모님을 일찍 돌아가시게 만드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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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한남관광개발
작성일20-12-30 09:45 조회1,0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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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든 부모님을 일찍 돌아가시게 만드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부모님이 아무것도 돌볼 게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좋은 자식이 되고 싶다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길게 붙잡고 싶다면 집도 어지럽히고, 밥도 태우고, 주기적으로 힘들다고 어리광도 피워야 한다. 그럼 부모님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놈의 자식들 때문에 내가 편히 죽지도 못하겠다.' 나는 이 사실을 우리 아빠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퇴직 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아빠는 담도암 말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갔다. 치매 증상도 겹쳐 허공에 대고 말을 하거나 화를 내기 일쑤였고 병원 치료도 거부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삶의 희망을 모두 빼앗긴 것처럼 몸도 마음도 메말라 가던 아빠는 언니의 작은 행동 하나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날은 언니가 아빠에게 일부러 고민 보따리를 풀어놓은 날이었다. 깜빡하고 매출액 정산도 안하고 퇴근해 버렸다는 둥, 계산이 매번 틀리게 나와 헷갈린다는 둥, 언니는 허점투성이처럼 행동하며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급기야 갓 숫자를 뗀 꼬마가 셈을 하듯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딸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마침내 아빠가 마음을 열었다.


  아빠는 종이에 날짜와 금액들을 써 내려가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아빠는 언니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 풀어 놓는 얘기들을 꼼꼼히 적었다.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아빠는 언니를 깡패라 불렀다. 어린 시절부터 불러왔던 애칭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빠가 웃어보였다. 나는 아빠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꺼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서로 아빠 무릎에 앉겠다고 언니랑 싸우던 그 때. 두 눈에 아빠를 가득 남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때. 최고의 해결사는 '아빠' 라고 생각했던 그 때처럼 아빠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기로 한 거다. 아빠랑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정산 놀이를 하고, 우스운 포즈를 취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아빠의 애창곡도 같이 흥얼거리고,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옛날이야기도 두런두런 나눠본다.

  추억에 젖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는 아빠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이 순간을 붙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하지만 이제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아빠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마음껏 아빠를 사랑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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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신화 저서, 비가 와도 꽃은 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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