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 : 나무통

나무통

 노인의 집에 참나무로 만든 큰 물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나무통으로 우물물을 길어오곤 했다. 길어온 물은 너무 맑아서 나무통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참나무 향까지 은은하게 풍겨 물맛이 일품이였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종종 그 나무물통을 빌리러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노인은 그런 나무통을 갖고 있는 걸 자랑스러워하며 군말 없이 빌려주었다.
 그런데 한번은 마을에서 술장사를 하는 친구가 나무통을 빌리러왔다. 그 친구는 아주 가깝게 지내는 친구였으므로 사흘만 빌려 쓰겠다는 말에 군말 없이 내주었다.
 “괜찮네. 요 며칠 동안을 쓸 일이 없으니까.”
술장사를 하는 친구는 약속대로 꼭 사흘 만에 나무통을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물을 길어오기 위해 나무통을 꺼내보니 글쎄 나무통에서 술내가 진동할 줄이야!
 술장사 친구는 꼬박 사흘 동안 그 나무통에 술을 담아두었고, 나무통은 그 사이 완전히 술에 절어서 이제는 그 냄새만으로도 사람을 만취시킬 정도였다.
 큰일이었다. 그 나무통으로 물을 길어오면 물에서 술내가 코를 찔렀고, 밀가루를 담아두면 만들어낸 찐빵에서 역한 술 냄새가 진동하여 술꾼들이 몰려들었다.
 화가 난 노인은 끓는 물에 물통을 담가보고, 바람에 말리기도 하고, 불에 쪼이기도 하고, 나무통 안쪽을 한층 깍아내기도 하면서 1년 넘게 애를 써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무통도 사람과 똑같아서 단 한 번 나쁜 습성을 붙이면 끝장이로구나!”
 노인이 술에 푹 절은 나무통을 부숴 아궁이에 처박으면서 내 뱉은 말이였다.
※ 좋아지기는 어려워도, 나빠지기는 매우 쉽습니다. 운명은 그 사람의 성격에 의해 만들어지고 성격은 일상생활의 습관에서 만들어집니다. 오늘 그릇된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새로운 성격으로 재출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습관은 새로운 운명을 열어 줄 것입니다.